Elephant Index김병호

두 권의 대화 · 연재 「두 권의 대화」 12번째 글

두 권의 대화 #03 · 성공하려면 한 길을 끝까지 파야 할까, 넓게 탐색해야 할까?

· 6분 읽기

오늘의 두 권

오늘은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의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와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엡스타인의 《Range: Why Generalists Triumph in a Specialized World》를 함께 읽습니다. 두 책은 모두 재능만으로 성취를 설명하는 통념에 반대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경로에서는 서로 다른 곳을 강조합니다. 더크워스는 하나의 중요한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열정과 끈기를 유지하는 힘을, 엡스타인은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우회하며 자신에게 맞는 문제를 찾는 탐색의 힘을 말합니다.

《Grit》은 웨스트포인트 생도, 전국 철자대회 참가자, 교사와 운동선수 등 장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연구하며 “누가 끝까지 남는가?”를 묻습니다. 《Range》는 스포츠·예술·과학·발명 분야의 사례를 통해 “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늦게 전문화한 사람이 강한가?”를 묻습니다. 결국 오늘의 대화는 끈기와 탐색 중 무엇이 옳은지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언제 탐색을 멈추고 무엇에 끈기를 쏟아야 하는지를 찾는 일입니다.

Grit
Angela Duckworth

Range
David Epstein

🎙️ 첫 번째 목소리 — 《Grit》

더크워스의 문제의식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그녀가 특별한 ‘천재’가 아니라고 말하곤 했지만, 더크워스는 교사와 컨설턴트, 신경과학 연구자의 길을 거치며 뛰어난 성취를 가르는 요소가 지능이나 타고난 재능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웨스트포인트에서도 입학 성적과 체력만으로는 혹독한 훈련을 버텨낼 생도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고, 장기 목표에 대한 열정과 끈기를 측정한 지표가 생존과 관련을 보였습니다.

  1. 그릿은 열정과 끈기의 결합이다

그릿은 단순히 이를 악물고 참는 성격이 아닙니다. ‘열정’은 매일 뜨겁게 흥분하는 감정이 아니라 중요한 방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일관성에 가깝고, ‘끈기’는 어려움과 지루함 속에서도 개선을 계속하는 힘입니다. 목표가 자주 바뀌면 노력은 흩어지고, 목표만 고정한 채 학습하지 않으면 고집이 됩니다. 더크워스가 말하는 그릿은 방향의 지속성과 방법의 개선을 함께 요구합니다.

  1. 노력은 성취 과정에서 두 번 작동한다

더크워스는 재능이 기술로 전환될 때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 기술이 실제 성취로 이어질 때도 다시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재능이 출발 속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연습이 없으면 기술이 되지 않고, 기술이 있어도 지속적인 실행이 없으면 결과로 축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핵심 공식은 짧지만 강합니다. 노력은 성취의 한 요소가 아니라 성취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작동하는 요소입니다.

  1. 의도적인 연습과 성장의 불편함

오래 한다고 모두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도적인 연습은 이미 잘하는 일을 반복하는 대신 약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며, 조금 불편한 난이도에 머무는 방식입니다. 즐거움만을 좇는 연습보다 힘들 수 있지만, 작고 명확한 개선이 쌓이면서 숙련의 수준을 높입니다.

  1. 관심·연습·목적·희망은 길러질 수 있다

더크워스는 그릿을 고정된 성격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관심을 발견하고, 더 나은 연습 방식을 배우고, 자신의 일이 타인과 연결된 목적을 찾고, 실패 뒤에도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면서 그릿도 자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관점은 리더에게 “끈기 없는 사람을 탓하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의미 있는 목표에 오래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는 과제를 줍니다.

“Effort counts twice.”

“노력은 두 번 작용한다.”

🎙️ 두 번째 목소리 — 《Range》

엡스타인은 조기 전문화가 성공의 보편 법칙처럼 받아들여지는 데 의문을 제기합니다. 타이거 우즈처럼 어릴 때부터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사례는 강력하지만, 규칙이 명확하고 피드백이 빠른 환경에서 특히 잘 맞는 경로입니다. 현실의 많은 문제는 규칙이 자주 바뀌고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며 피드백이 늦게 오는 ‘사악한 학습 환경’에 가깝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가지 패턴을 깊게 익히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1. 친절한 환경과 사악한 환경

체스나 클래식 골프처럼 규칙이 안정적이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결과가 빠르게 돌아오는 분야에서는 집중 훈련이 강력합니다. 반면 경영, 혁신, 리더십, 신시장 개척처럼 상황이 반복되지 않고 정답이 뒤늦게 드러나는 분야에서는 과거 경험을 그대로 적용하면 오히려 오판할 수 있습니다. 엡스타인은 후자의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과 관점 전환 능력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봅니다.

  1. 샘플링 기간은 낭비가 아니라 탐색이다

여러 활동을 시도하고 그만두는 기간은 겉으로 보면 비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자신의 흥미와 강점, 일의 성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과정은 자신과 환경의 적합도를 높이는 탐색이며, 너무 이른 선택으로 오랜 시간을 잘못된 길에 투자하는 위험을 줄입니다.

  1. 느린 학습이 더 깊은 전이를 만든다

바로 답을 알려주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면 학습 속도는 빨라 보이지만, 새로운 상황으로 지식을 옮기는 능력은 약할 수 있습니다. 문제 유형을 섞고, 답을 스스로 떠올리고, 실패한 뒤 교정하는 학습은 당장은 어렵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직한 어려움’은 지식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하고, 낯선 문제에서 원리를 꺼내 쓰는 힘을 키웁니다.

  1. 유추와 경계 넘기가 혁신을 만든다

한 분야에만 오래 머물면 그 분야의 익숙한 해법이 모든 문제에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경험한 사람은 한 영역의 구조를 다른 영역으로 옮겨 새로운 연결을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엡스타인이 말하는 폭넓음은 얕은 지식의 수집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경험 사이에서 공통 원리를 발견하고 낯선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입니다.

《Range》의 핵심 메시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세계에서는 빠른 전문화보다 폭넓은 탐색, 우회, 연결 능력이 더 오래가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 두 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

《Grit》은 중요한 목표를 정한 뒤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반복되는 어려움과 지루함을 견디며 개선을 이어가는 힘이 재능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면 《Range》는 너무 이른 헌신이 잘못된 분야에 사람을 가둘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모르는 상태에서 끈기만 강조하면, 적합하지 않은 길을 오래 버티는 것이 미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도 같은 긴장이 생깁니다. 리더는 한 전략을 밀어붙일 끈기를 원하지만, 시장과 고객의 신호가 바뀌었을 때 방향을 수정할 유연성도 필요합니다. 끈기만 강조하면 매몰비용을 정당화할 수 있고, 탐색만 강조하면 책임 없는 유행 추종이 될 수 있습니다.

🤝 두 책이 의외로 만나는 지점

두 책 모두 성취가 타고난 재능의 단순한 결과라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더크워스는 노력의 축적을, 엡스타인은 다양한 경험에서 얻는 학습과 연결을 강조합니다. 결국 둘 다 사람의 능력이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또한 더크워스가 말하는 열정도 처음부터 완성된 운명처럼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연습을 통해 발전합니다. 엡스타인의 탐색은 바로 그 관심과 적합도를 찾는 과정을 설명해 줍니다. 충분히 탐색해 가치 있는 방향을 찾고, 그 뒤에는 깊이 있는 연습과 끈기를 투입한다면 두 관점은 경쟁자가 아니라 순서가 다른 파트너가 됩니다.

🌍 현실에 적용하면

경력 초기나 새로운 시장을 맡은 시기에는 탐색의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여러 역할, 고객군, 문제 유형을 경험하고 작은 프로젝트로 적합도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때 그만두는 행위 자체를 실패로 보지 말고, 무엇이 맞지 않았는지 기록해 다음 선택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반대로 목표와 적합성이 충분히 확인된 뒤에는 자주 방향을 바꾸지 않고 깊이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업이라면 핵심 시장과 고객 문제에 대한 가설을 정한 뒤 관계와 전문성을 축적하고, 기술팀이라면 반복적인 피드백을 통해 취약한 성능을 집중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탐색으로 선택한 뒤에는 그릿으로 완성하는 구조입니다.

APAC처럼 국가·문화·파트너 구조가 다른 시장에서는 이 균형이 특히 중요합니다. 초기에는 여러 국가와 파트너 모델을 시험하며 공통점과 차이를 넓게 배워야 하지만, 가능성이 검증된 시장에서는 인력과 시간을 집중해 반복 가능한 성공 방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시장을 똑같이 오래 버티는 것도, 매번 새 기회만 좇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 나의 생각

끈기는 언제나 좋은 성품처럼 보이지만, 무엇을 위해 버티는지가 먼저입니다. 잘못된 목표에 대한 끈기는 사람과 조직을 지치게 하고, 탐색 없는 전문성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시야를 좁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끝없는 탐색은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처럼 보이면서도 결정을 미루는 핑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목표와 방법을 구분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치 있는 상위 목표에는 끈기를 갖되, 그 목표에 도달하는 역할·시장·기술·방법은 계속 탐색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방향에는 일관성을, 경로에는 유연성을 두는 것이 두 책을 함께 읽는 가장 실용적인 결론입니다.

✍️ 한 문장으로 남기기

“넓게 탐색해 선택하고, 선택한 뒤에는 깊게 버텨라.”

❓ 당신의 생각은?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한 길을 더 오래 파는 끈기인가요, 아니면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탐색인가요? 그리고 현재 붙잡고 있는 목표는 정말 중요한 목표인가요, 아니면 이미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놓지 못하는 목표인가요?